12.3 비상계엄으로 헌법을 파괴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다. 다시는 한국 현대사에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날의 진상을 역사에 낱낱이 기록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계엄 관련자들에게 제대로 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때다. 12.3 비상계엄의 실체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계엄에 동조한 세력 중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뉴스타파는 내란 수사기록 등 방대한 사건 기록을 통해 12.3 내란의 심층부 속, 아직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장면들을 포착했다. 뉴스타파가 새롭게 써내려가는 그날의 범죄 기록. [편집자주]
12·3 내란의 주범 중 한 명인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계엄 선포 당일 국회로 출동한 수방사 대테러부대 지휘관에게도 거짓말을 한 사실이 추가엔스톡
로 확인됐다. 이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전부터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장관의 불법 지시에 따라 국회 장악 임무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합동참모본부(합참)의 훈련 때문에 부대를 소집한 것처럼 부하 지휘관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사령관이 불법 명령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거짓 정보를 흘린 사실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릴게임동영상
. 앞서 뉴스타파는 이 전 사령관이 다른 부하 지휘관에게도 합참을 언급하며 수방사의 국회 장악 임무가 정당한 것처럼 속인 사실을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4일 새벽 12시 2분쯤, 이 전 사령관은 국회로 출동한 김창학 수방사 군사경찰단장에게 전화해 “합참에서 우리가 계엄군으로 선정됐다”며 “그래서 우리가 움직이는 것이다”라고 허위 정보를 흘렸다. (참고기사바다이야기 pc용
: 이진우 녹취록 확인… 계엄군 선정 거짓말)
또 드러난 거짓말…허위 정보로 대테러부대 소집
뉴스타파가 내란 수사 기록을 추가로 검토한 결과, 이 전 사령관은 또 다른 부하 지휘관인 조성현 수방사 제1경비단장에게도 합참을 언급하며 거짓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사령관은 지난해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안국약품 주식
전부터 김용현 전 장관에게 미리 지시를 받고 수방사 병력을 국회로 출동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기 30여 분 전인 12월 3일 밤 9시 48분쯤 조성현 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령부로 긴급 소집했다. 3분이 지난 9시 51분쯤에는 사령부 작전과장을 통해 대대장과 주요 직위자들을 소집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이 전 주식처분
사령관이 거짓말을 한 시점은 이로부터 다시 14분이 지난 밤 10시 5분쯤이다. 이때 이 전 사령관은 조 단장과의 통화에서 ‘합참’이라는 말을 꺼냈다. 합참은 법령에 따라 수방사의 병력 운용을 통제하는 기구로, 합동참모의장이 수방사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쥐고 있다. 즉, 수방사는 합참의 지휘, 승인 없이는 병력을 이동시킬 수 없다.
이러한 합참-수방사의 지휘계통을 무시한 이 전 사령관은 수방사 부대를 윤석열과 김 전 장관을 위한 반란군으로 전락시켜 국회 봉쇄 작전에 투입했다. (참고기사: 이진우 진술 공개, 수방사가 ‘반란군’인 이유)특히 그는 조 단장과 두 번째 통화(10시 5분)에서 “합참 훈련에 의해 불시 소집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라”라고 말한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9일 검찰에서 조사 받았던 조 단장의 참고인 진술을 통해서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비상계엄 당일 부하 지휘관인 조성현 수방사 제1경비단장에게 국회 출동을 지시하며, "합참 훈련에 의해 불시 소집된 것"이라는 거짓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단장이 기억하는 이 전 사령관의 말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당시 합참은 계엄 선포 전에 수방사 부대 소집을 지휘한 적이 없다. 계엄 선포 이후에도 수방사 무장병력이 국회로 출동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럼에도 이 전 사령관은 합참을 핑계로 조 단장에게 불법 명령, 즉 국회 출동 지시를 내렸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당시 이 전 사령관의 통화 내용과 검찰 진술 등을 종합하면, 그는 비상계엄 전후 자신이 지휘계통을 이탈해 병력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을 명백히 인식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렇기 때문에 부하 지휘관들이 자신의 지시에 의문을 품지 않도록, 합참이라는 정식 지휘계통을 앞세워 의도적인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하 지휘관 두 사람은 끝내 이 전 사령관의 명령을 납득하지 못했다. 당시 조성현 단장은 구체적인 임무도 알지 못한 채 대테러부대인 2특수임무대대 등을 국회로 출동시켰다. 35특임대대 중 일부는 국회 경내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때 이 전 사령관이 조 단장에게 내린 지시는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하여 국회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 단장은 ‘저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다’라고 이 전 사령관에게 최종 보고했다. 이 전 사령관의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이후 검찰 조사에서 조 단장은 “제가 법은 모르지만, 하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분명히 들었다”고 진술했다. 김창학 군사경찰단장도 “(국회) 현장이 대테러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고 검찰에 밝혔다. 그 역시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군사경찰 병력을) 국회 안에 투입해 불응자들을 끌고 나가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
현재 이 전 사령관은 자신의 내란 재판에서 공소사실(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내란 당시 그의 불법적인 명령에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수방사에 의한 내란 피해를 최소화한 주역은 다름 아닌 부하 지휘관들이었다. 그런데도 이 전 사령관은 부하들의 공적을 방패로 삼아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모양새다. 지난 3월 28일 이 전 사령관 측은 군사법원 공판에서 “훈장을 받아야 하는데 왜 구속됐는지 알 수 없다”고 강변하기까지 했다.
“특전사와 교전해야 하나” 역사를 잊은 수방사령관
이 전 사령관은 올해 초 국회 내란 국정조사에 나와서는 김용현 전 장관의 명령에 대해 “적법한 지시라고 믿고 따랐다”며 항변했다. 그러나 그는 대한민국 수도를 지키는 수도방위사령부의 최고 지휘관으로서 자신의 ‘사명’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윤석열과 김 전 장관의 위법한 명령에 불응했다면, 적극적으로 ‘반란군’을 저지했어야 할 위치에 있었다. 이렇듯 자신이 처한 작전 상황에 대해 이 전 사령관은 지난 2월 6일 국회 청문회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만약에 저 같은 기동부대 지휘관, 그러니까 전술지휘관이 대통령이라든가 민간인 (국방)장관이 지시한 것을 위법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면 … 만약에 제가 (그들의 지시) 그 반대로 한다면 … 저는 제 책임이 국회를 지켜야 되는 사람입니다. 그러면 (국회에) 들어와서 특전사 헬기 12대 다 격추시켰어야 되고 또 여기 들어와 있는 (특전사) 707(특수임무단)과 교전했어야 되는 상황입니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 2025.2.6, 국회 12·3 비상계엄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그러나 지금껏 뉴스타파의 연속 보도로 확인된 실상은, 그가 머릿속에서 상상한 국회 수호 임무와 달랐다. 오히려 자신의 임무를 처음부터 수행할 의지가 없었다는 점만 드러날뿐이다. 국회에서의 발언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항변을 하려는 것에 불과했다.
그는 처음부터 합참의 지휘계통을 알면서도 무시했으며,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위법한 지시를 계엄 선포 전부터 미리 준비하고, 계획적으로 실행했다. 이를 위한 수단 중 하나가 부하 지휘관들에게 반복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었다. 이 전 사령관과 달리 45년 전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은 12·12 반란 일당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반란군에 저항했다. 역사는 그때의 수방사를 반란군이 아닌 ‘반란 진압군’으로 기록했다.
뉴스타파 홍우람 wooramhong@newstapa.org